SiC 웨이퍼를 조달하는 입장에서 지금 기판 시장은 하나의 시장이 아닙니다. 6인치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무너져 사실상 상품화(commoditization)된 시장이고, 8인치는 양산이 이제 시작돼 표준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은 시장입니다. 그 사이에서 공급사 지형이 급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 미국 최대 기판 업체는 법정관리를 거쳐 나왔고, 한국의 유일한 SiC 기판 전업 계열사는 2026년 7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견적서의 숫자만 비교해서는 이 시장을 읽을 수 없는 국면입니다.
무엇이 어려운가: 시세가 있는 6인치, 시세가 없는 8인치
6인치 기판 가격의 궤적은 이렇습니다.
| 시점 | 6인치 기판 가격 (개당) | 출처 |
|---|---|---|
| 2024년 중반 | $500 미만으로 하락 | TrendForce (2024.10) |
| 2024년 4분기 | $400 또는 그 이하 | TrendForce (2024.10) |
| 2025년 | 주류 호가 $400 안팎, 원가 근접 판매 확산 | TrendForce (2025.11) |
| 2026년 7월 | 바닥 통과 후 반등 보도 — 구체 가격 미공표 | 업계 보도 (2026.7) |
2026년 7월의 반등 보도는 공급이 타이트해지며 추가 물량에 웃돈이 붙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지만, 구체적인 가격 수치는 공표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붕괴 이전 6인치 가격이 $1,500 수준이었다"는 통설이 업계에 널리 돌지만, 저희는 이 수치의 1차 출처를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기준점으로 쓰지 않습니다.
8인치는 사정이 다릅니다. 공개된 가격 정보 자체가 끊겨 있습니다. TrendForce 계열 보도를 종합하면 2023년 말 중국 내 평균 호가 $3,000~4,000에서 2024년 2분기 약 $2,000으로 반년 만에 절반이 됐고, 2025년 1분기에는 약 $1,000 수준으로 추정됐습니다. 그 이후의 공개 시세는 없습니다. 8인치는 아직 시양산 단계라 표준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같은 출처들의 일관된 서술이고, 저희 역시 2026년 현재의 8인치 실거래가를 공개 출처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견적을 받아도 비교할 시장 기준선이 없다는 뜻입니다.
왜 이렇게 됐는가: 중국발 과잉과 8인치로의 이동
6인치 가격을 무너뜨린 것
중국의 기판 생산능력 증설 속도가 수요 성장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digitimes 집계(2024.10)에 따르면 중국의 SiC 기판 연산 능력은 다음과 같이 늘었습니다.
| 연도 | 중국 SiC 기판 연산 능력 |
|---|---|
| 2022년 | 46만 장 |
| 2023년 | 117만 장 |
| 2024년 (전망) | 222만 장 |
| 2025년 (전망) | 390만 장 |
2025년 전망치 기준으로 3년 만에 8배를 넘는 증설입니다. 반면 수요는 늘지 않았습니다 — Yole(2025.12)에 따르면 2025년 업스트림(기판·에피) 가동률은 약 50%, 디바이스 라인도 약 70%에 그쳤고, EV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Yole은 다운턴이 2027~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그 결과 2024년 글로벌 N형 기판 매출은 $10.4억으로 전년 대비 9% 줄었습니다(TrendForce, 2025.5). 캐파는 폭증했는데 시장 자체가 역성장한 것입니다. EV 둔화는 디바이스 업체 실적에서도 확인됩니다 — STMicroelectronics의 2025년 연매출은 $118.0억으로 전년 대비 11.1% 감소했습니다(ST 연차보고, 2026). 중국 6인치 증설이 가격에 주는 압력의 큰 그림은 2026 SiC 시장 전망에서 다뤘습니다.
점유율 지형도 이미 바뀌었습니다. TrendForce(2025.5) 기준 2024년 N형 기판 매출 점유율은 Wolfspeed가 33.7%로 1위지만, 중국 기판 상위 업체 두 곳의 합계가 34.4%로 이미 Wolfspeed와 맞먹습니다. 상위 4사(이 중 두 곳이 중국 업체) 합계는 82%입니다. 캐파 기준으로는 중국계가 SiC 웨이퍼·에피웨이퍼의 약 40%를 차지합니다(Yole, 2025.12). 중국 기판은 저가 물량에 머물지 않습니다 — Infineon은 2023년 5월 중국 기판 업체 두 곳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1단계 150mm에 이어 2단계로 200mm 공급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서방 IDM이 중국 기판을 정식 조달망에 편입한 사례입니다.
8인치로의 이동, 그리고 그 속도
6인치가 원가 근접까지 밀리자 서방·일본·한국 진영은 8인치(200mm)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웨이퍼 면적이 약 78% 늘고, 가장자리 손실 감소까지 반영하면 다이 수가 약 85% 늘어나기 때문입니다(Power Electronics News). 다만 같은 출처는 다이당 비용 절감이 즉각적이지 않다고 명시합니다 — 1.2kV/100A MOSFET 기준으로 200mm의 다이당 비용이 150mm 대비 약 20% 낮아지는 데 5~7년이 걸릴 전망이고, 전환 초기에는 기판 가격과 공정 성숙 문제로 절감 효과가 없습니다.
주요 업체의 200mm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업체 | 사이트 | 200mm 현황 |
|---|---|---|
| Wolfspeed | 미국 뉴욕 Mohawk Valley | 2022년 가동한 세계 최초 200mm 전용 SiC 디바이스 팹. 150mm 디바이스 팹(Durham)은 폐쇄·이관 |
| Infineon | 오스트리아 Villach·말레이시아 Kulim | 2025년 1분기 200mm 기반 첫 제품 고객 출시 |
| STMicroelectronics | 이탈리아 Catania | 2026년 생산 개시, 2033년 풀 캐파(주 15,000장), 약 €50억 투자 |
| Bosch | 미국 캘리포니아 Roseville | 인수 팹을 200mm로 개조 중, 2026년 첫 상업 칩 목표. CHIPS 직접보조 최대 $2.25억 확정(2026.7) |
| onsemi | 한국 부천 | 150/200mm 겸용 라인. 분석 보도 기준 2025년 200mm 인증, 2026년 램프. 풀 캐파 시 연 100만 장 이상 |
Mitsubishi Electric(구마모토 신규 팹)과 Rohm(미야자키 거점)도 8인치 계획을 발표했으나, 저희는 2026년 시점의 진행 상황을 1차 출처로 확인하지 못해 표에서 제외했습니다. 중국도 8인치에 진입했습니다 — ST가 중국 파트너와 세운 중국 내 합작사(총 $32억 투자)는 2025년 4분기 볼륨 양산을 시작했고, 풀 가동 시 주 10,000장의 차량용 8인치 웨이퍼를 목표로 합니다(TrendForce, 2025.3). 중국 업체들은 나아가 12인치·14인치 시제품까지 잇달아 공개하며 규격 경쟁을 앞당기고 있습니다(TrendForce, 2026.3).
그러나 전환 속도는 당초 기대보다 느립니다. 20232024년경의 업계 전망은 8인치 비중이 2026년에 약 15%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TrendForce의 2025년 5월 전망은 8인치가 전체 출하의 20%를 넘는 시점을 2030년으로 제시합니다. Yole도 재성장 국면(20272028년 이후)이 돼서야 8인치 플랫폼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봅니다. 8인치가 어려운 이유는 업계 기술 해설에 따르면 결정성장 자체에 있습니다 — 2,000°C를 넘는 성장 온도에서 대구경화할수록 온도 균일성, 열응력, 휨(bow/warp), 결함(마이크로파이프·기저면 전위) 억제가 모두 어려워지고, 절단·연마도 실리콘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한편 새 수요축도 등장했습니다. NVIDIA가 800VDC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로드맵을 공식화하면서(2026.8) SiC 전력소자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열리고 있고, Wolfspeed는 FY2026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별도로 NVIDIA Rubin 플랫폼에 SiC 인터포저가 채용된다는 보도가 있으나(TrendForce, 2025.11), 이는 열·패키징 용도의 수요로 전력소자 수요와는 성격이 다릅니다.